익히 알려진 과학상식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오늘은 좀 다른 각도에서 이 주제를 보려고 합니다. 바로 진화적 관점입니다.
물놀이를 하다가 손과 발이 쭈글쭈글해져서 주름이 생기는 것은 단순히 "피부가 물을 흡수해서"라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 여기에는 삼투압과 신경계의 정교한 조율이 숨어 있습니다.
삼투압 :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
우선, 물은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려는 특성이 있는데, 우리 피부의 바깥층인 각질층은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물속에 오래 있으면 주변의 물이 각질층으로 스며들어 부풀어 오르죠. 그런데 그 아래의 진피층과 피하지방층은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해요. 이 때문에 피부 표면이 주름처럼 접히는 것이죠. 마치 빵 반죽 위에 물을 뿌렸을 때 겉만 부풀어 오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신경계의 역할 : 타이어 패턴 같은 주름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물속에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쭈글쭈글해지는 것은 자율신경계가 의도적으로 만드는 현상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물속에서 신경계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혈관을 수축시켜 피부 아래 조직의 부피를 줄이고, 겉에 주름을 만들죠. 이 주름은 마치 타이어의 트레드 패턴처럼 미끄러운 표면에서 물체를 더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이 가설을 뒷받침한 내용을 더 알고 싶다면? 동아사이언스의 기사를 보세요...
진화적 이유 : 물속에서의 생존 전략?
이 현상은 인간이 과거에 물속에서 음식을 채집하거나 생존하던 시절에 유리한 적응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 오는 날 미끄러운 길에서 운동화 바닥의 고무 패턴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처럼, 물속에서도 손의 주름이 자연스러운 ‘미끄럼 방지 기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거죠.
일상의 예시
놀랍게도, 신경계가 손상을 입은 사람에게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피부의 쭈글쭈글함이 단순히 삼투압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 더 알고 싶다면? 이 흥미로운 현상에 대한 자세한 과학적 설명은 국립부산과학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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